나름 사는 게 시끄러웠던가
마음은 방앗간 머리는 탈곡기
어느 날 벨트가 끊어졌는지
한쪽 입술과 눈꺼풀이 작동을 멈췄다.
부모님께 차마 얘기치 못하고 형제들 안부에 사진을 올렸는데
시골을 갔더니 어머니께서 벌써 큰누나와 소통하여 사색이 되어계신다.
발을 동동 구르며 눈물을 지으시더니 '야야 애비야 니가 아프면 어째노
꼭 내가 죽거든 아파래이'하며 환갑 된 아들의 얼굴을 손으로 비비신다.
그날밤 한숨 안 주무시고 새벽에 일어나 대추나무 밭에 다녀오셨다.
대추나무 동쪽으로 뻗은 가지를 잘라 입걸이를 만들어선
새벽녘 머리맡에 기다리다 내가 일어나자마자 실로 묶은 대추나무 가지로
돌아간 입을 귀에 걸어 주셨다.
참 신기하게도 입은 제자리로 돌아온 듯 편해졌고 나는 며칠째 엄마가 당기는 손을
물고 있는데, 엄마는 지금도 볼을 잡고 흔들며 내 마음을 훔치고 있다.
구안와사 오시거든 해보세요. 효험이 있습니다.
이원필(시인·스트라드악기사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