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제권(시인)깊은 산중 가을비 차갑게 내리는 밤
칠흑을 단숨에 삼킨 빗줄기는 얼버무리듯 하더니
성깔 있게 으르렁거리듯 퍼부어댑니다
밤 낯가림 없이 산천초목을 적시고도 부족한지
가슴을 후벼 파고
젖은 가을 내음도 씻기듯 흘러내립니다
숨소리 주무르는 어둠만 깊어지고
들리는 비 울음소리 속 타는 가을 흐느낌이
끊임없이 귓가에 맴돕니다
덜렁덜렁 지나던 바람도 자취를 감추고
무한 세월에 도리질하는 한 자락 연민이
빗줄기 흠뻑 머금어 온몸을 녹아내립니다
영월 법흥사 아래에서
김 제 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