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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마가 휩쓸어 초토화된 울진 북면 김제권(시인) 이창준 기자 2025-03-17 08:52:55


굽이굽이 산골도 능선도 마을 어귀까지도

불기둥이 쓸고 간 자리

골짜기마다 이는 바람도 흉흉하고 

나뭇가지 흔들림도 검게 탄 장승이 되어 

묵언의 화살촉이 된 참혹은 부질없음과 허무를  

넋 놓고 뒤집어쓰고 있습니다


천년 세월 첩첩산중 울창한 흔적이 숯덩이 되어

달빛은 휘영청인데 안식처 잃은 산짐승 

앉을 자리 잃은 산새들도 빌고 빌던 산신령도 온데간데없고

잔설 녹아내린 계곡엔 검게 탄 메아리만 흐느낍니다


한순간 불길로 초토화된 주검 앞에 으깨진 요물만 남아

바다가 품어주는 실바람은 계면쩍게 불어주는데

희망의 자리매김도 내일을 새겨 놓을 수 없어 

자연의 순리도 일그러진 모습으로

잿 가루에 산화된 어이없는 아림뿐입니다 


울진 북면에서

김 제 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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