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제권(시인)
가을빛 토하는 숨결 같은 바람이 맴돌고
잠깐의 화려함을 잡아둘 수도 가두어 둘 수도 없이
맥없이 떠밀려 스산해집니다
떨어져 누운 물든 가녀린 잎새 위로 내려앉은
밤이슬이 파르르 오돌 거리게 하고
한낮 햇살에 알록달록 어리둥절 바람에 나부낍니다
섬세하고 본색을 자아내며 색칠 감아낸 늦가을 정취가
수심 가득 떠안은 조각구름 지나는 길에
유혹의 몸서리도 갈바람을 견디지 못해 흩날립니다
숨 들어 마시는 찐한 향기 내 품는 농익은 가을은
풍성한 순간에 맘껏 웅성거리다
허한 여운을 남기고 자리 비우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