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25대 정신건강지킴이 조은숙 교수서울시 정신건강 브랜드 ‘블루터치’가 한해를 마무리하는 12월, 2017년 수고한 시민들이 자신의 마음상태를 돌아보고 마음건강에 관심을 갖고 실천하는 문화조성을 위해 ‘정신건강지킴이가 전하는 따뜻한 말 한마디’로 기획칼럼을 연재한다.
첫 번째 칼럼은 10월 위촉된 제25대 정신건강지킴이 조은숙 교수(상명대학교 가족복지학과)가 들려주는 ‘행복한 감정이 갖고 있는 놀라운 비밀’에 관한 글이다.
◇행복은 나눌수록 커진다
‘여섯 다리만 건너면 지구 위에 사는 사람들이 모두 아는 사이(Six Degrees of Separation)’라는 오래된 이야기가 있다. 한사람이 알고 지내는 사람이 대략 300명 정도가 된다고 하면 지구 위에 사는 60억 인구는 4단계 거치면 모두 아는 사이가 된다. 물론 지구 위의 사람이 언어, 국경, 문화 등의 어떤 장애물도 없이 균질한 사람이라는 가정이 필요하므로, 실제 확산 속도가 이렇게 빠르지는 않는다. 하지만, 사스나 메르스 같은 질병과, SNS를 통한 정보의 확산 속도를 보면 세계는 예전보다 많이 좁아지고 접촉의 빈도와 속도가 빨라진 하나의 지구촌임을 실감한다.
그렇다면 사람들은 과거보다 많은 관계 속에서 외롭지 않게 살까. 안타깝게도, 사람 사이의 훈훈한 관계는 여전히 많은 장애물에 걸려 확산이 어려운 것 같다. 정보 소통의 발달이 인간 사이의 소통의 속도를 빠르게 만들어 줬지만, 많은 테크놀로지와 정보화 사회의 운영으로 실제로 인간미 있는 소통은 줄어든 것 같다.
사람은 자신을 진심으로 이해해주는 단 사람만 있어도 자살하지 않는다고 한다. 혼자서는 갈 수 없을 것 같던 광야도 동반자 한명이 있어 너끈히 걸어낼 수 있는 것이 사람이다. 함께 하는 것, 친구가 되어주는 것, 관계를 맺는 것, 사랑과 유대를 만들어나가는 것은 이리도 우리네 힘겨운 삶에 너무나 절실하게 필요하다.
그렇지만 관계가 공정하고 공평하게 만들어지지는 않다. 하나의 끈끈한 친구관계가 만들어지려면 때로는 서운하고, 억울하고, 마음 아픈 시간들을 묵묵히 견뎌야 한다. 그런 인내의 시간들을 디디고 관계라는 것이 만들어진다. 그러한 묵묵한 인내를 제대로 배우지 못한 현대인들은 관계를 맺고 유지하는데 서툴며, 관계로 인해 힘들어지면 쉽게 단절한다. 관계로 인해 상처를 받으면 아예 관계를 맺지 않고 살려고 한다. 상처를 주고받는 현대사회의 삭막한 관계 속에서, 우리는 마음 붙일 관계 하나 없이 살 수도 있다. 점점 늘어가는 고독사의 문제를 보면, 나를 포함한 미성숙한 현대인의 오늘의 자화상 같아서 너무나 가슴이 아프다.
[행복은 전염된다](원제: Connected, 김영사)의 저자 크리스태키스와 파울러는 3단계 영향 법칙’을 소개한다. 3단계 거리 안에 있는 사람들, 즉 친구, 친구의 친구, 친구의 친구의 친구와 영향을 주고 받는다는 것이다. 행복·슬픔·외로움과 같은 감정이 3단계의 관계까지 퍼진다는 것이다. 친구가 행복하면 내가 행복할 확률이 15% 증가하고, 친구의 친구가 행복하면 10%, 친구의 친구의 친구가 행복하면 행복할 확률은 6% 증가하며, 그 영향은 4단계에서야 소멸한다. 이것은 행복 뿐 아니라 슬픔과 우울도 마찬가지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행복감을 증진시키기 위해서 무얼 해야할지 알 수 있다. 행복하고 싶으면 행복한 사람 옆에 머무르고, 우울하고 싶으면 우울하고 냉소적인 사람 옆에 머물면 금방 그 영향을 받을 수 있다. 행복한 부모는 행복한 아이를, 슬프고 냉소적인 부모는 그와 비슷한 감정의 아이를 만들어낼 가능성이 쉽게 설명된다. 사람은 비슷한 사람들끼리 모이고 사귀는 것이 편하고 자연스러워서, 행복한 사람은 행복한 사람끼리 모이며, 우울한 사람들은 또 비슷하게 우울한 사람들 주변에 있거나 혹은 네트워크의 맨 끝에 고립되어 있기도 한다. 우울한 사람은 위축되어 다른 사람에게 다가가는 것이 쉽지 않다.
그러면 우울한 사람은 서로에게 우울의 영향을 끼치면서 계속 그렇게 남아있어야 할까. 아니다. 개선이 필요하다. 행복한 사람, 건강한 사람이 슬프고 외로운 사람에게 다가갈 수 있다. ‘돕는 자가 누리는 혜택(‘Helper’s High’)’이라는 원리가 있다. 이타적 행동을 하는 것이 타인에게만 도움이 되는 게 아니라 돕는자 스스로에게 더 많은 엔돌핀을 생성시키고, 신체적 건강과 만족감·감사함을 넘치게 하여 돕는 자신의 삶을 더욱 윤택하게 만든다는 원리가 과학적으로 입증 되었다. 이 원리에 기초하면 행복한 사람은 행복한 사람 곁에 머물러 행복을 증진시킬 수도 있고, 반대로 우울한 사람에게 손을 내밀어 그의 곁에 있어주는 이타적 행동을 통해 자신의 삶을 더 윤택하게 만들 수 있다.
우리 사회가 산업화와 정보화의 속도가 빨라질수록 빈익빈 부익부의 경향이 커지는 것을 느낀다. 신체적, 정신적 건강도 그런 것 같다. 행복한 사람은 점점 더 행복해지고, 외로운 자는 더욱 외로워지는 비인간적인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이런 관계의 황폐함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길은 이웃의 외로움을 살피고 친구가 되어주는 것이다. 그것은 나의 안전지대에서 머물지 않는 것이며, 손만 내밀면 가까이에 닿을 수 있는 내 이웃과 관계 맺는 것이다. 인사하고 말을 걸고 이야기를 들어주는 일은 행복하고 건강한 사람이 해야하는 것이다.
자세한 사항은 서울시정신건강복지센터 홍보팀으로 문의하면 된다.
오피니언 더보기
-
카사노바에 대한 일견(一見)
'카사노바'라는 이름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색(色)을 좋아하는 자로 인식이 되어 있다.필자는 호기심이 발동하여 일찍이 책을 접하면서 카사노바에 대한 상식의 폭을 넓힌 바 있다.색의 화신으로 인식하고 있지만 그는 천재였다. 18세의 어린 나이에 법학박사가 되었다. 무려 5개 국어를 능수능란하게 구사한 그야말로 천재임에...
조성제의 무속 이야기 (33)공수(貢壽)와 공수(空授)
굿을 할 때는 반드시 공수(貢壽)를 준다. 언제부터 공수를 주게 됐는지는 정확하게 알 수 없지만 굿을 하는 목적이 바로 신의 말씀이라는 공수를 받기 위한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굿을 직접 의뢰하였거나 혹은 굿판에 참여한 사람들이 무당들이 내뱉는 말 한마디, 즉 공수에 일희일비하면서 좋은 공수가 내리는 마음에서 긴장한다. ...
[이동식 역사칼럼] (8)국민은 물이랍니다
옛날 임금이 정치를 어떻게 해야 하는가를 놓고 가장 많이 인용되는 구절이 "임금은 배, 백성은 물"이라는 표현이다.《순자(荀子)》에 나오는 말이다. "군주는 배요, 백성은 물이다. 물은 배를 띄울 수도 있고, 전복시킬 수도 있다 (君者舟也 庶人者水也, 水則載舟 水則覆舟)"...《荀子 王制》 이 말을 역대 제왕들은 신하들로부터 자주 듣는...
-
조성제의 무속이야기 (32)굿의 성패를 좌우하는 '조상거리'
굿은 12거리로 구성되어 있다는 것이 통설이다. 대부분 굿거리는 천지신명을 모셔 의뢰자의 소원을 기원하는 의미가 있다. 즉 무당들이 모시는 신들을 즐겁게 함으로써 바라는 바를 이루도록 기원하는 것이다. 굿에서 의뢰자는 굿이 어떻게 진행되고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고 우두커니 서 있는 것이 대부분이다. 그러다 보니 굿에 동화될 ...
[이경국 칼럼] 기생의 영정(影幀)사진
기생(妓生)에 대한 바른 이해가 부족하다. 특히 관기(官妓)에 대하여 오해의 소지가 많다고 본다. 기생도 정조(貞操)를 유지하고 절개를 지킨다. 몸을 함부로 쓰는 창녀(娼女)와 같다는 생각을 하고 있기 십상인데 이는 어불성설이다.기녀는 기적(妓籍)이 있다. 노비문서가 있듯이 말이다. 기예(妓藝)에 탁월한 기생으로 이름을 날린 명기도 ...
[이경국 칼럼] 장맛비 같은 가을비
가을인데도 마치 장맛비처럼 내린다. 이름하여 가을장마다. 올해 여름은 숨이 막히는 열대야로 속을 썩이 더니 가을인데 날씨의 변덕이 극성스럽기 짝이 없다.전력 소모량이 치솟아 아슬아슬한 지경에 이르기도 했다. 세상이 변하여 부채를 들기보다는 자동으로 바람이 이는 '손 선풍기'를 들고 다니는 사람들이 보인다.자연바람이 피...
많이 본 뉴스
- [이경국 칼럼] 안산(鞍山)의 황톳길을 걷다
- 광복 80주년 한글 특별전 ‘말모이’, 베를린서 개막
- [김주호 칼럼] 훈민정음 창제와 신미대사
- 대구 금호강, 수상레저 명소로 거듭난다!
- [이경국 칼럼] 지옥(地獄)은 어디 있든 두렵기 마련이다.
- [이윤정 詩] 좋은 시(詩)
- 정부 “정보보호 예산 7.7% 증액…AI 기반 보안체계 강화”
- 소방차 진로 방해, 이제는 과태료·벌점까지… 긴급차량 통행 제도 전면 개선
- 김민석 총리, “건설근로자 일자리·안전 위해 정부가 최선 다할 것”
- 4년 새 두 배로 늘어난 정신병원 입원 아동…“약물 의존 구조, 전면 재점검 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