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메일전송
[이경국 칼럼] 아름다운 동막골 이야기
  • 이창준 기자
  • 등록 2025-12-27 00:21:53
  • 수정 2025-12-27 00:24:24
기사수정

이경국(칼럼니스트. 박약회 운영위원)

'동막골'로 불리는 지명이 전국에 무척 많다. 그러다 보니 맛집 이름도 '동막골'이 많기도 하다. 서정적이고 시적인 이름이다. 


필자의 시골 마을 이름이 '밤실'인데 전국에 없는 곳이 없을 정도로 많다. 최소한 밤나무가 있는 동리다.


자주 들르는 동막골은 불암산역에서 걸어서 조금 오르면 수락산 초입에 있다. 오리고기 집이 몇 집 있다. 


오리는 머리가 좋으며 거위처럼 주인을 알아보는 조류이다. 그리고 유일하게 비금속 원소인 유황을 먹고도 살 수가 있다. 유황오리 요리가 비싼 까닭이다.


오리는 잘 생긴 조류이다. 닭은 발가락이 찢어져 있지만 오리는 붙어 있다. 물에서 지내기 위한 필수 조건이다. 육지에서 걷는 모습은 기우뚱거린다. 


흔히 정권의 말기에 권력 누수가 생기는데 이를 레임덕(Lame duck) 현상이라 한다. 


오리와 관련된 속담이 생각보다 많다. 오리 등에 물 붓기, 닭 잡아먹고 오리발 내밀기, 낙동강 오리알 등이 있다. 


'오동나무집'은 단골이다. 오동나무는 딸을 낳으면 혼수로 장롱을 만들기 위하여 집 가까이에 심던 나무였다.


벽오동(壁梧棟)도 있다. 오동추야의 오동은 마을 이름에 불과하다.


식당의 마당 한편에 제법 오래된 오동나무가 한 그루 있다. 사연이 많을 테지만 물어볼 마땅한 사람이 없다.


손님은 "오실 땐 단골손님이지만 안 오시면 남"이라 했다. 조미미 고향 휴게소에서는 조미미 노래만 종일 흐르는 것을 보았다. 


이상하게도 단명인 가수가 많다. 슬픈 노래가 명을 재촉한다는 논문이 있으니 가급적 즐거운 노래가 건강에 좋다는 의미일 것이다.


일행은 한 달에도 몇 번이나 동막골에 가니 단골이다.


자주보면 이웃 사촌이 되며 정도 드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쾌적한 동막골 산 중턱에서 세속에 찌든 폐부 가득 쌓인 공해를 쏟아내고 가벼운 발길로 귀향하는 재미가 여간 쏠쏠하지 않다.


동막골은 일행의 뇌리에 아예 '핸드골프'로 각인이 되어 있다. 세상살이의 시름이 쌓이면 동막골 모임이 성사된다.


모두가 골프나 바둑보다는 '고스톱 게임'을 핸드골프라 여기면서 즐긴다. 필자도 직장 생활의 스트레스를 고스톱으로 풀어 내었던 이력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스스로 생각해도 고스톱은 이론과 실제에 해박하다고 여기고 있다. 다만 화투는 패가 엎어져 있기에 바둑이나 골프처럼 등급을 매길 수 없으니 모두가 전문가라고 칭하는 것이다.


무리하지만 않으면 가장 이상적인 놀이는 화투가 아닐까 싶다. 그 의미를 제대로 알려면 상당한 경력이 쌓여야만 이해가 된다고 본다.


전문 노름꾼이 돈을 몽땅 잃고서 한겨울에 밖에 나와서 눈 위에 소변을 볼 때 무슨 생각을 하는지 

늘 궁금했다. 이때보다 더 리얼한 인생의 번민은 없을 것이다.


아내를 잡히고 빚으로 다시 해볼까? 이참에 손을 끊고서 참 사람이 되어 가장의 역할을 제대로 해 볼까? 아니면 가사를 탕진하여 면목이 없으니 여기서 생을 끝내 버릴까?


어떠한 선택을 하더라도 벼랑길 선택이다. 손을 끊기란 하늘의 별 따기 보다 힘들 것이다.


그러나 동막골 오리집의 정겨운 사람끼리 나누는 수담(手談)은 진솔한 서민들의 일상 속의 작은 행복이 아닐까 싶다.

0
사이드 기본배너01-유니세프
사이드 기본배너02-국민신문고
모바일 버전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