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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산 이동식의 역사 칼럼을 시작하며]
  • 이창준 기자
  • 등록 2025-08-02 23:29:06
  • 수정 2025-08-02 23:3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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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창꼬뉴스가 이동식(사진) 전 KBS 기자의 역사 칼럼을 게재한다. 이 전 기자는 KBS에서 30년 동안 기자로 뛰었다. 초대 북경특파원, 국제부장, 보도제작국장 등 요직을 거쳤다.


저서로는 <천안문을 열고 보니> <청명한 숨쉬기> <우리 음악 어디 있나(K-팝의 뿌리)> <아니 되옵니다> 등 10여 권이 있다.


몇 해 전 돌아가신 이어령 초대 문화부 장관이 이 전 기자의 글에 대해 “동서양을 오가며, 고금을 더듬는 그의 글은 비온 뒤 신록처럼 향긋하다”라고 극찬 했다.


이 전 기자는 호(号)가 동산이다. 8월부터 월 2~3회 <동산 이동식의 역사 칼럼>을 싣는다. 

   

<동산 이동식의 역사 칼럼을 시작하며>

우리나라는 어디에나 동산이 있다. 흔히 동쪽에 있는 산이란 뜻이라 생각하기 쉽지만 사실은 우리가 쉽게 올라가고 쉴 수 있는 작은 산을 지칭한다. 그러므로 실제로 산 이름으로 동산이란 산은 없는 것 같다. 


그런데 중국에는 동산(東山)이 있다. 절강성 임안현 서쪽에 위치한 산 이름이다. 동진(東晉)의 사안(謝安)이라는 사람이 세속적인 권력이나 부귀를 등지고 동산으로 들어와 은둔 지사가 되었다. 


여기에서 동산고와(東山高臥)라는 말이 나왔다. '동산에 높이 누워있다' 라는 뜻이고 세상을 피해 산속에 숨어 조용히 평화롭게 사는 것을 말한다.『세설신어(世說新語)』언어 편에 나오는 이야기이다. 

   

필자는 '동산'이라는 호를 쓴다. 이때의 동산은 중국의 동산(東山)이 아니라 집 주위의 낮은 산을 뜻하는 동산이다. 아침에 해가 떠오르는 동산이다. 아침 해는 희망이요, 시작이다. 밝음의 시작이니 사람 모두에게도 새로운 시작이고 나라에도 새로운 시작이다. 이런 아침 해를 먼저 볼 수 있는 곳으로서의 동산을 뜻한다. 

   

아침 해는 밝음으로 어둠을 가시게 하는 것이니, 아침의 해가 뜬다는 것은 천하가 맑고 밝고 태평해진다는 의미가 된다. 아침 해가 뜨는 동산에는 봉황이 날아온다. 공자는 해가 뜨는 새 아침 동산의 정경을 이렇게 그렸다.

   

   봉황새가 우네, 저 높은 언덕에서.(鳳凰鳴矣 于彼高岡)

   오동나무 자라네, 해 뜨는 저 동산에서.(梧桐生矣 于彼朝陽)

   봉봉처처 옹옹개개.(菶菶萋萋 雝雝喈喈)

 

공자가 편찬한『시경(詩經)』의「대아(大雅)편, 생민지십(生民之什)」제8편 권아10장(卷阿十章)에 이 시를 분류해 놓고는 이렇게 설명한다.

   

“산의 동쪽을 조양(朝陽)이라 하니라. 봉황의 성질은 오동이 아니면 깃들지 아니하고, 죽실(竹實)이 아니면 먹지 않느니라. 봉봉처처는 오동의 자람이 무성하고, 옹옹개개는 봉황의 울음이 화함이다.”

   

마지막 행은 오동나무가 무성하게 자라는 곳에 봉황이 날아와 어울려 운다는 뜻을 의성어 의태어로 표현하였다. 봉황(鳳凰)은 고대 중국의 전설로부터 전해오는 상서로운 상상의 새로, 태평성대를 이룰 성군과 함께 세상에 나타난다고 한다. 


전체적으로 이 시는 옛날 주(周) 나라의 소강공(召康公)이 조카뻘인 어린 성왕(成王, 기원전 1055-1021年)이 놀이를 좋아하는 것을 경계하며 현자(賢者)를 구하여 길사(吉士)를 등용하라고 한 시라고 알려져 있다. 


‘봉황, 곧 현자는 오동나무가 아니면 깃들지 않고 죽실(竹實)이 아니면 먹지 않는다.’는 주석은 어진 선비들이 훌륭한 왕의 밑으로 와서 현자들의 도를 실현하는 모습을 그리면서 그러한 정치가 되도록 좋은 인재를 등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을 담고 있다. 

   

그러나 역사는 뜻대로 되지 않았고 나라나 개인이나 희망은 이뤄지지 않았다. 그러기에 조선시대의 누군가가 읊은 시조는 이렇게 안타까움과 허무함을 그린다.

   

  벽오동(碧梧桐) 심은 뜻은 봉황(鳳凰)을 보렸더니

  내 심은 탓인지 기다려도 아니 오고

  밤중에 일편명월(一片明月)만 빈 가지에 걸려 세라

  

                                         민화 봉황도. 

   

고려 말의 명신 이색(李穡,1328-1396年)도 동산에서 밝은 정치의 아침을 맞이하고 싶다는 소망을 드러냈다.

   

  평생소원이 무엇인지 누가 아시는가? (平生志願誰能識)

  해 뜨는 동산에서 봉황 소리 듣고 싶은 걸 (欲向朝陽聞鳳鳴)

   

밝은 해가 떠오르는 아침, 태양이 비치는 동산에 지혜와 신령의 새들인 봉황이 와서 어우러지는 그런 세상, 곧 어진 신하가 밝은 임금을 만나 태평 시대를 이루는 꿈을 꾸고 있는 것이다.

   

이제 필자는 다시 아침 일찍 동산에 올라 밝은 해를 기다리려고 한다. 해를 기다리며 역사 속에서 어둠을 헤쳐 온 사람들의 이야기를 다시 생각해 보려고 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우리나라 정치가 국민들의 뜻을 잘 받들어 온 세상이 평안하고 희망이 무르익는 그런 나라가 되기를 소망한다. 


이 나라를 어떻게 이끌면 좋은 가를 같이 고민해 보자는 뜻에서 <동산 이동식의 역사 칼럼>을 시작하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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