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는 모든 동물 가운데 가장 먼저 가축이 되어 인간과 함께 살아왔다. 일만 년이 넘은 역사다. 주인에 대한 충성심이 가장 강하다.
따라서 반려동물 가운데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으며, 인간은 상당한 위안을 받으면서도 상전으로 모시고 있는 세상이다.
욕은 개에서 기인된 것이 너무나 많다. 우리나라는 '개ㅈ같다'는 욕(辱)을 많이 한다. 이는 수캐는 앉기만 하면 자랑하듯이 거시기를 삐죽이 내밀기 때문이다.
사실 개는 성기 구조가 특이하다. 그 요인을 밝히려고 애를 써 보기도 했었지만 왜 가운데가 쉽게 나오지 못하게 하는지 숙제다.
볼일을 다 보았는데도 장시간 뒤로 붙어 있는데 일정 시간이 지나야 성기가 수습이 된다. 아마 인간을 믿고 마음 놓고 번식을 하는 가축이어서 그럴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는 한다.
그리고 길거리에서 구애를 하여 암컷이 정하여 지면 뒤로 붙어서 장시간 사람들에게 눈요기를 제공한다.
여기다가 상추밭에 실례를 하면 주인에게 찍히게 마련이다. 욕을 먹을 짓을 하긴 한다.
그러나 개는 주인의 눈치를 가장 잘 아는 9단의 실력이다. 여자가 꼬리를 흔들면 탈이 나기 마련이지만 개는 꼬리로서 주인에게 충성심을 나타낸다.
우에서 좌로 흔든다. 위기 시는 반대로 흔든다.
인간보다 앞서는 점도 많다. 설사 교미는 뭇사람들이 보는 앞에서 부끄럼 없이 하지만 새끼는 마루 밑이나 사람이 잘 보이지 않는 어두운 곳에 낳는다.
인간은 아무도 몰래 사랑을 하고선 아기를 낳으면 동리가 시끄럽다. 대문에는 금줄을 걸어서 알리기도 한다.
산부인과 병실이 떠나 가게 비명을 지른다. 설사 아기를 낳지 않는 시대이긴 하지만 그렇다는 것이다.
다른 동물과 달리 인간은 어머니 품에서 가장 오래 머무르며 언어를 배우는데도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유기견이 넘치는 시대다. 여러 이유가 있지만 살기가 힘들어 버린다고 한다.
버려진 자리에서 주인을 기다리는 유기견의 애타는 모습을 보노라면 가슴이 여간 아프지 않다.
애당초에 인연을 맺지 말아야 했다. 한때 제주도에 여행을 가서 부모를 버리는 자식에 비하면 개를 버리는 정도쯤이야 말할지 모르겠으나 생명을 그런 식으로 취급을 하면 복(福)을 받을 수 없다는 사실을 분명히 알아야 한다.
이 같은 동물의 원혼이 결국 코로나 같은 역병으로 앙갚음을 한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주인을 반기는 충성심이 가득한 눈과, 유기견의 불안한 눈을 생각해 보면 인간의 본성은 성악설(性惡說)에 가깝다는 사실을 여실히 느낄 수 있다.
15년을 가족처럼 살다가 떠난 반려견 '부치'는 우리 가족 모두에게 극진한 사랑을 받고 떠났다.
필자의 개에 대한 인식을 바르게 하여 주었으며 며느리가 그린 액자 속 부치의 그림은 마치 살아서 쳐다보는 듯한 모습이다.
아마 좋은 가정에서 사람의 몸을 받아서 살고 있지 않을까 싶다. 동물이 인간의 몸을 받기 위해서는 최종적으로 개로서 살다가 환생한다는 속설을 믿고 싶다.
애견 유모차가 더 많이 길거리에 보이는 세상이다. 견공의 족보도 귀하게 여기는 세태이다.
개와 결혼이 가능한 나라도 있다. 주례사가 어떤지 여간 궁금하지가 않다.
어쨌든 유기견은 그 자리에서 주인을 애타게 기다린다. 눈동자를 보면 버린 주인이 복을 받기는커녕 제대로 일이 풀리지 않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경국(칼럼니스트.사단법인 박약회 운영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