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러브 버그'라는 벌레가 극성을 부리기 시작했다. 7월 중순까지 수선을 부리다가 사라지는 작은 벌레이다.
해외에서 들어온 여름철의 불청객이다. 보통 골치가 아픈 벌레가 아니다.
물론 해충은 아니지만 벌레는 대체로 징그럽기 짝이 없다. '러브 버그'는 암수가 붙어서 교미(交尾)를 하고 있기 때문에 더 징그럽다.
번식을 위함인지 아니면 암수가 붙어서 교미를 하면서 날아다니거나 담벼락에 머물고 있다.
무더기로 붙어 있는 모습이 여간 꼴사납고 성가시게 하질 않는다.
'러브 버그'의 본래 이름은 무척이나 길다. '붉은 등 무당 털파리'라 불린다. 러브 버그는 암수가 꽁무니가 붙은 채로 있기 때문에 붙혀진 이름 같다.
그것도 무리를 이루기 때문에 불괘감을 주기 마련이다. 지난 해도 애를 많이 썼었는데 올해도 벌써 담벼락에 새까맣게 붙어있다.
빗자루로 잡기는 하는데 수량도 많고 미안한 생각이 들기도 한다. 아마 올해도 열심히 잡을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을듯하다. 방안까지 침투한다.
이름이 '러브 버그'이니 '사랑 벌레'다. 떼로 몰리어 교미하는 곤충은 아마 러브 버그 밖에 없을 것이다.
도망을 가질 않으니 잡기는 수월하다. 지난해는 에프킬라를 뿌려 보기도 하고 가끔씩 물을 퍼붓기기도 했지만 역부족이었다.
빗자루로 잡는 것이 상책인데 바닥에 수북이 쌓인다. 명색이 불자(佛子)로서 교미하는 벌레를 잡으니 살생에 따른 미안한 생각이 들기는 한다.
식물은 작은 잡초도 군락을 이루어서 벌과 나비를 불러 들이지만 벌레가 이렇게 무리를 지어 짝을 이루는 것은 이해하기 쉽지 않다.
수명은 기껏 일주일인데 얼마나 서로가 그리워했으면 암수가 붙어서 날아다니는지 그것을 보는 인간이 부러워하고 있을지는 모를 일이다.
아무리 제 딴에는 사랑 행위라고 뽐낼지 몰라도 징그러운 벌레이기 때문에 죽음을 자초하고 있지 않을까 싶다.
사랑은 숨어서 즐기기 마련인데 대놓고 보여주니 밉상이다.
다른 나라에서 옮겨온 곤충이 많다. 곤충은 아름답지만 벌레는 징그럽기 짝이 없다. 러브 버그와 전쟁을 치르는 7월이 될 것이다.
청포도가 익어 가는 7월인데 '사랑 벌레'를 죽일 수밖에 없는 입장이니 여간 안타깝지가 않다.
모든 곤충은 교미하다가 위기에 처하면 날아가 버린다. 특히 방아깨비(항굴레)는 작은 수컷인 '떼떼매뚜기'와 교미를 하다가 위험에 처하면 그 상태로 멀리 도망을 가 버리는 모습을 소싯적에 여러 번 본 적이 있다.
수컷이 날아갈 때 "떼떼떼"소리를 내기에 '떼떼메뚜기(경북 사투리)'라 부른다.
흔히 새끼를 업고 다닌다고 알고 있는데 교미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러브 버그는 전혀 움직이지 않으니 잡기는 쉽다. 사랑 삼매경에 푹 빠져 있어서 그런지는 알 수가 없다.
아마 미물의 근성일 것이다. 사랑을 하고 있으니 제 딴에는 죽어도 좋다는 그들 세계인지 어떻게 알 수 있겠나 싶다.
손주가 워낙 징그럽게 여기니 잡을 수밖에 없다. 그 녀석들 사랑에 취한 모습이 너무나 심하긴 심한 것 같다.
이경국(칼럼니스트. 사단법인 박약회 운영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