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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론가 김왕식, '설악산 적멸보궁에 대하여' 이경국 칼럼 극찬
  • 이창준 기자
  • 등록 2025-12-01 23: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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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왕식(문학 평론가)

김왕식 문학 평론가가  <반창꼬뉴스>의 지난 11월 27일자 '[이경국 칼럼]설악산 적멸보궁에  대하여'와 관련, "청정한 시선과 절제된 문장, 단단한 철학이 어우러져 오래도록 여운을 남기는 글"이라고 극찬을 했다.


김 평론가는 지난 11월 30일 <반창꼬뉴스>에 '이경국 칼럼의 삶의 가치철학과 미의식'이라는 제목의 논평을 보내와 독자들에게 전문을 공유한다.


(전문)

이경국 칼럼의 삶의 가치철학과 미의식

"이경국 칼럼니스트의 이 글은 단순한 불교문화 해설이 아니라, ‘이름’과 ‘의미’를 잃어가는 시대를 향해 던지는 작은 경책이자, 사물을 바라 보는 올바른 마음가짐을 되묻는 철학적 성찰이다. 


글의 중심에는 적멸보궁 이라는 숭엄한 공간이 있지만, 필자가 진정으로 말하고자 하는 것은 ‘사리’의 신비나 사찰의 위상보다, 인간이 스스로의 내면에 지녀야 할 존엄성과 이름의 깊이에 대한 의식이다.


칼럼은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봉안한 적멸보궁을 소개하며 시작한다. 그러나 필자는 사리의 물리적 존재에만 머물지 않는다. 사리가 진신·법신·승사리로 나뉘고, 아쇼카 대왕 시대 전 세계로 분봉되었다는 역사적 사실을 들려 주면서도, 그것을 단순한 지식이 아니라 ‘깊이의 문제’로 전환한다. 


무엇이든 표면만 바라 보는 시대와 달리, 사리는 부처님의 깨달음과 수행의 결이 응축된 상징이며, 그 상징을 대하는 마음 또한 곧 인간 자신의 품격이라는 의미다.


특히 봉정암을 설명하는 대목에서 드러나는 필자의 감수성은 인상적이다. “백담사에서 봉정암까지 작은 연못이 100개나 되기에 백담사라 한다.” 


이 문장은 지명이 단순한 명칭이 아니라 자연의 형상과 인간의 삶이 한자리에 응결된 기억임을 일깨운다. 이어지는 필자의 고향 ‘구담’, 청계천·청담동의 유래를 나열하는 방식은, 사물의 이름 뒤에 숨어 있는 자연의 맑음, 공동체의 역사, 사람들의 삶을 조용히 되살린다. 


여기서 필자가 지켜온 미의식이 드러난다. 이름은 존재의 얼굴이며, 그 얼굴을 함부로 바꾸는 것은 시간과 기억을 가벼이 여기는 일이라는 신념이다.


그런 만큼 글 후반부의 지명 개정 비판은 단순한 불만이 아니라, 정체성을 잃어가는 현대 사회에 대한 안타까움이다. ‘당고개역’을 ‘불암산역’ 으로 바꾸고, 대학 이름을 역명으로 붙이는 풍조는 도시의 뿌리를 망각한 태도로 보인다. 


필자는 풍경을 지우고 상징만 남기는 도시 개발의 습관을 경계하며, 지명은 편의를 위한 도구가 아니라 그 지역의 생명력을 품은 언어임을 강조한다. 


이 관점에서 그의 미의식은 분명히 ‘이름의 윤리’에 있다. 


사물의 이름을 존중하는 태도는 곧 삶을 존중하는 태도라는 믿음이다.


중반부의 위트 어린 비유—“트럭에 쌀을 싣고 여주를 경유하면 여주쌀”이라는 대답—은 글 전체의 긴장감을 부드럽게 풀면서도, 사리의 진위 여부를 논하는 사람들의 속물을 가볍게 비껴간다. 


여기에는 이경국 칼럼니스트 특유의 곱씹는 유머가 있다. 종교적 사설이나 논쟁 으로 빠지지 않고, 인간의 아둔함을 풍자하면서도 그 뿌리에 있는 본질—부처의 진신사리는 진정한 수행과 깨달음의 상징이라는 사실—을 선명하게 드러낸다. 


필자의 사유 방식은 언제나 구체에서 추상으로, 현실에서 본질로 나아간다.


칼럼의 마지막 문장은 필자의 가치철학을 온전히 드러낸다. “인간의 몸에는 불성과 영성이 있다. 무서운 잠재력이 이미 있다는 것이다. 무얼 또 다른 데서 찾으려 하는지 답답하다.” 이 한 문장에 필자의 세계관이 응축되어 있다. 부처의 사리나 불국토가 외부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 자신의 내면 깊숙이 자리하고 있다는 신념. 마음을 바로 쓰면 그곳이 곧 정토가 되고, 스스로를 밝히면 어느 자리에서든 불광(佛光)이 환해 진다는 깨달음의 논리다. 


이것은 불교적 가르침이면서 동시에 인간학적 메시지다. 


종교, 시대, 장소를 초월한다.


결국 이 칼럼은 사찰이나 지명에 대한 지식을 전달하는 글이 아니다. 이름을 대하는 태도, 사물을 바라보는 깊이, 내면의 잠재력을 신뢰 하는 힘을 이야기하는 글이다. 


현대 사회가 잃어가는 ‘의미의 감각’을 되살리고, 사소한 일상 속에서 영성의 실마리를 찾으려는 필자의 조용한 의지가 빛난다. 


청정한 시선과 절제된 문장, 단단한 철학이 어우러져 오래도록 여운을 남기는 글이다."


  <반창꼬뉴스>의 '[이경국 칼럼]설악산 적멸보궁에  대하여' 원문

https://www.banchangkkonews.com/news/view.php?idx=4392&mcode=m66rp32


김왕식 평론가는

1959년 경기도 광주에서 태어났다. 서울오산학교에서 춘원, 소월, 백석의 후예가 됐다.
前) 서울오산고등학교 국어교사 20년 재직, 이투스 언어영역 대표강사, 명덕외고·고양외고·김포외고 등 전국 고교 국어영역 및 논술 특강.
現) 청람영재연구소 소장, 김왕식언어연구소 대표, 교육신문사 편집장 및 고문.
著書) <교대사대 자소서의 모든 것>, <교대사대 구술면접의 모든 것>, <수만휘 공부법> 공동저자, 경찰대 사관학교 언어영역 기출분석 끝내기 외 70여 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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