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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국 칼럼] 기생의 영정(影幀)사진
  • 이창준 기자
  • 등록 2025-10-31 08: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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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경국(칼럼니스트. 박약회 운영위원) 기생(妓生)에 대한 바른 이해가 부족하다. 특히 관기(官妓)에 대하여 오해의 소지가 많다고 본다. 기생도 정조(貞操)를 유지하고 절개를 지킨다. 


몸을 함부로 쓰는 창녀(娼女)와 같다는 생각을 하고 있기 십상인데 이는 어불성설이다.


기녀는 기적(妓籍)이 있다. 노비문서가 있듯이 말이다. 기예(妓藝)에 탁월한 기생으로 이름을 날린 명기도 많다.


글이 통하니 지체가 높으신 선비와 글을 주고받다가 보면 고품격 사랑이 싹트기도 했을 것이다.


어쨌든 기녀에 관한 얘기는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며 흥미를 유발하기도 한다. 


임금도 영정(影幀) 사진을 남긴 경우는 그렇게 흔하지 않다. 기생이 사당이 있는 경우는 논개(의암사)와 춘향이 뿐이다. 논개는 진주목사의 처다. 엄밀한 의미로 기생이 아닌 것이다. 


논개는 마지막 순간 진주 촉석루에서 왜장을 안고 남강에 몸을 던졌다. 의기였다. 불과 19세의 나이로... 연회에는 기녀로 꾸며서 참가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고귀한 생명을 젊은 나이에 적장을 죽이기 위해 남강에 투신함은 왜놈들의 가슴을 서늘하게 하였을 것이다.


짧은 기간의 생애였지만 주논개는  파란만장한 삶을 살다가 간 여성이었다.


논개는 고향인 장수와 진주에 사당이 있다. 물론 영정도 추정하여 그린 것이다. 필자는 강낭콩보다 더 짙은 논개의 절의에 흠모의 마음이 인다.


그리고 인구에 많이 회자(膾炙) 되고 있는 춘향이의 사당은 남원에 있다. 영정사진의 모습이 논개와 비슷하다고 한다.


춘향은 실존 인물은 아닌데도 이몽룡이 출세를 하였으니 그의 절개를 높이 산 셈이다.


평양기생 황진이는 천하일색인 시인이다. 지금 세상이라면 노벨문학상을 받을 수 있는 시인이 아닐까 싶다. 


사대부 집안 사내들의 속을 달구었다. 요즘 말로 하자면 고위층 남자를 다루는 솜씨가 특출했다는 생각이 든다.


수많은 시(詩)가 있지만 필자는 황진이의 '반달'이란 시에 마음이 쏠린다.


"누가 곤륜사의 옥을 잘라 직녀의 머리빗을 만들었나 견우가 떠나간 뒤 수심 겨워 저 하늘에 던져 버린 것"


곤륜산(崑崙山)은 중국 신화에 등장하는 산이다. 다양한 신과 여신이 머무는 곳이다.


직녀는 견우가 애타게 그리워 머리를 빗던 빗을 던져 버려 하늘 반달이 되었단다. 시적 표현은 천재임을 알 수가 있다. 낮달을 볼 수가 없는 세상이 되어 버렸다.


논개와 춘향이와 황진이는 지금 어느 별에 머물고 있으려나...


길상사의 자야(子夜, 본명 김영한)의 영정 사진은 성북동 길상사 사당(祀堂)에 모셔져 있다. 갈 때마다 필자를 오래 머물게 하는 곳이다.


''1000억 재산은 백석 (白石) 그 사람의 시한 줄 만도 못해요'' 아름다운 이 한 마디는 고귀하게 들린다. 돈과 연결되어 있는 현대인의 사랑과 어떻게 비교를 한다는 말인가?


자야도 요정을 운영한 기녀와 별반 다르지 않는 삶이었다. 그들의 영혼은 보석처럼 반짝인다. 저 하늘의 어딘가  별이 되어 있을 것이다.


그러고 보니 길상사를 다녀온 지도 꽤 된듯하다. 가을바람에 인경 소리는 요란할 것이다. 요정이 사찰로 변하며 애정의 뜨거움이 선정에 드는 사찰이 되었으니 세상은 마음먹기다.


'일체유심조(一切唯心造)'가 스치며 마음에 대한 생각의 끝은 한이 없는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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