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제(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교수)
오늘은 우리가 왜 그래야 하는지 몰랐던 미스터리한 금기에 관해 이야기해 보려 한다. 바로 "뒤돌아보지 말라"는 경고다. 한국 무교를 비롯한 전 세계 신화와 종교에서 입을 모아 경고하고 있는 이유가 무엇일까?
그리스 신화부터 성경, 그리고 우리나라 무교 신앙까지, 왜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시선'을 통제하려 했을까? 그 뒤에 숨겨진 흥미로운 비밀을 파헤쳐 본다.
최초의 기록은 그리스 신화에 나온다. 엇갈린 시선으로 비극이 된 오르페우스와 롯의 아내에 관한 이야기다.
오르페우스는 죽은 아내를 살려 지하 세계를 빠져나가던 중, 출구를 코앞에 두고 "잘 따라오고 있나?" 하는 불안감에 뒤를 돌아보았고, 그 찰나의 시선 때문에 아내는 영원히 어둠 속으로 사라지게 되었다.
기독경 속 롯의 아내는 멸망하는 도시 소돔을 탈출하며 "절대 뒤를 보지 말라"는 천사의 경고를 어긴 그녀는 그 자리에서 '소금 기둥'이 돼 버렸다.
이 이야기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바로 '미련'이다. 이미 끝난 과거, 혹은 금지된 영역에 미련을 두는 순간 구원의 기회는 사라진다는 냉혹한 진리를 보여준다.
그럼, 왜 형벌은 하필 '돌'이나 '소금'일까? 한국의 '장자못 전설(며느리바위)'은 탁발승에게 시주를 잘한 착한 며느리도 도승의 말을 거역하고 뒤를 돌아보는 순간 바위가 돼버렸다.
신화 속 형벌이 '딱딱하게 굳는 것'인 이유는 아주 상징적이다. 박제된 인생, 즉 과거만 돌아보는 사람은 미래로 한 발짝도 나아가지 못하고 그 자리에 고착화와 시간의 멈춤이라는 의미다. 생명은 움직이는 것인데, 미련에 사로잡히면 무생물처럼 생명력을 잃게 된다는 경고라고 볼 수 있다.
한국의 무교 신앙 속 '뒤돌아보지 말라' 금기어는 그리스 신화 못지않게 오랜 옛날부터 구전으로 전해져 왔다. 지금도 굿이나 치성, 삼재풀이 등을 마친 의뢰인에게 "집에 갈 때까지 절대 뒤돌아보지 말라고" 신신당부한다.
왜일까? 무속에서는 뒤를 돌아보는 행위를 '부정한 기운과의 재결합'으로 본다. 의례를 통해 간신히 떼어낸 액운이나 나쁜 기운이, 나의 시선을 통하여 다시 달라붙는 것을 막기 위한 일종의 영적 차단막인 셈이다.
비교종교학 적으로 금기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명확하다.
첫째, 시간은 거꾸로 흐르지 않는다. 과거의 영광이나 상처에 매몰되면 현재를 살 수 없다. 단절이 곧 시작이다. 새로운 단계로 나아가려면 과거의 문을 완전히 닫아야 하기 때문이다.
둘째, 믿음의 시험이다. 보이지 않아도 잘 되고 있다는 '믿음'이 있을 때 비로소 경계를 통과할 수 있다.
우리들은 지금 어디를 보고 있나? 어쩌면 우리 인생도 매 순간이 '이행 의례'일지 모른다. 실패한 사랑, 지나간 실수, 아쉬운 기회들 등등 그 미련 때문에 자꾸 뒤를 돌아보느라 오늘이라는 소중한 시간을 소금 기둥처럼 굳게 만들고 있지는 않는지 지금 뒤돌아봐야 할 때다.
신화의 경고를 기억하자. "구원은 당신이 가야 할 앞길에만 있다. 절대 뒤돌아보지 말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