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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제의 무속 이야기 (39)굿에서 사용하는 돼지의 의미
  • 이창준 기자
  • 등록 2025-12-20 22:27:15
  • 수정 2025-12-20 22:2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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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제(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교수)

굿에서 가장 많이 사용되는 희생양이 소와 돼지다. 


소는 하늘에 바치는 제물이다. 소를 바치는 이유는 뿔이 있기 때문이다. 양도 뿔이 있어서 하늘에 바치는 희생양으로 많이 사용되었다.

 

풀 ‘해 解’를 파자 하면 뿔 ‘각 角’ + 칼 ‘도 刀’ + 소 ‘우 牛’로 구성돼 있다. 하늘의 노여움을 풀기 위하여 뿔이 달린 소를 바쳤다는 뜻이다. 

 

동두칠성 또는 동방창룡칠수로 부르는 일곱 별인 각항저방심미기(角亢氐房心尾箕)의 첫 번째 별이 각수다. 각수에 바치는 제물이 뿔이라는 설도 있다. 예전에는 동물의 뿔로 술잔을 만들어 칠성에게 바쳤는데 소와 양의 뿔로 술잔을 만들기 위해서 희생되는 첫 번째 동물이었기 때문이다. 


돼지는 지신(地神)에게 올리는 제물로 알려져 있다. 그 까닭은 돼지가 다산(多産)과 풍요로움을 뜻하기 때문이다.  

중국의 소수민족 중 묘족(苗族)은 지금도 치우천황을 모시고 제사를 지내고 있다. 묘족은 매년 고사절(鼓社節)이라는 제사를 지낸다. 한족들을 피하여 서쪽으로 이동할 때 목고(木鼓)를 울리면서 행동을 통일하는 데서 비롯됐다고 한다. 


요즘은 조상님께 풍년을 기원하거나 풍년이 들어 감사하다는 의미로 올리는 제사가 되었다. 이 고사절에는 반드시 돼지를 잡는다. 

 

돼지는 반드시 검은 수퇴지(숫돼지)를 잡는다. 잡은 돼지의 털은 불로 태웠으나 요즘은 시늉만 한다. 그리고 먼저 돼지머리를 잘라 피와 함께 조상님께 바친다. 고기는 열두 덩어리로 나누어 먹는다. 

 

꼬리가 달린 뒷다리는 가장 귀한 손님인 어머니나 며느리의 남자 형제들이 가지고 간다. 지금도 굿을 하고 난 뒤 꼬리 달린 돼지 뒷다리는 반드시 당주 무당이 가져가야 한다는 사실을 아는 무당이 몇 명이나 될까?

 

이러한 풍습은 모계 사회 때부터 비롯된 것으로 그 당시는 여자가 중심이었다는 것을 증명하는 풍습이다.

 

묘족은 고사절에 금기어가 있다. 돼지를 돼지라고 부르지 않고 “관인 官人”이라고 부른다. 돼지라고 부르면 조상님이 화를 낸다고 한다. 또 돼지 잡는 것을 ‘관인이 절을 한다’ ‘장원 급제하였다’고 한다. 돼지 털을 그을리기 위해 볏짚에 불을 붙이는 것은 ‘해가 뜬다’고, 또 돼지가 살이 쪘다면 ‘목화가 폈다’고 한다. 묘족은 단풍나무가 마을을 지켜주는 조상신으로 섬긴다. 

 

돼지는 수신(水神)의 성격도 띤다. 돼지는 12지 중 해(亥)에 해당하며 강물을 의미한다. 고대 기우제 때 돼지를 제물로 바쳤다는 기록이 많이 나온다. 

 

 <회남자 淮南子>에는 돼지를 희(豨)로 불렀다는 기록이 있다. 황해도 굿에서는 돼지를 잡아 타살 군웅을 놀기도 한다. 돼지 목을 따서 피를 받아 굿을 하는 것은 동이족만 가지는 고유의 제사법 같기도 하다. 돼지 피는 정화하는 능력이 있다고 믿었다. 그리고 돼지를 육각으로 떠서 다시 굿을 한다. 

 

군웅 거리에서 돼지를 육각으로 뜨는 것은 치우천황이 죽고 난 뒤 부활할까 두려워한 황제 헌원이 치우천황을 육시한 데서 비롯되었다고 생각한다. 

 

치우천황이 청구에 신시를 열고 제사를 지낼 때 돼지를 제물로 바쳤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청구는 탁록(涿鹿)이라고 부르기도 했다. ‘탁록’은 돼지와 뿔 달린 사슴을 잡아 하늘에 제사를 드렸다는 뜻으로 해석이 가능하다. 

 

그리스인과 로마인들도 돼지는 자연의 풍요와 비옥함의 상징으로 신에게 바쳐졌다. 특히 로마인에게 들 돼지나 멧돼지는 특별한 의미를 지니는데, 다른 동물과 달리 자신이 위험할 때만 공격하기 때문에 용기와 자신감, 그리고 대담무쌍함의 상징으로 인식했다. 또 그리스에서는 제물에 쓰인 돼지의 피로 살인범의 죄를 정화시키기도 하였다. 

 

이렇게 돼지를 제물로 바쳐졌다는 기록이 고구려 온달 전에 나온다. 해마다 3월 3일이 되면 낙랑의 언덕에 모여 사냥하여 잡은 돼지와 사슴 등으로 산천의 신에게 제사를 지냈다는 기록이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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