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경북(TK)에서 ‘삼성’은 단순한 기업이 아니다. TK지역 사람들은 대한민국의 산업과 지역 경제 발전을 삼성과 함께 해 왔다고 여긴다. 삼성 계열사에 대해서도 우호적이다. 한 마디로 ‘삼성사랑’이 각별하다. 그런데 삼성그룹의 계열사인 삼성의료원 소속 병원인 ‘삼성서울병원’에 대한 평가는 그게 아니었다.
한 노인 환자가 대구에서 삼성서울병원을 오가며 진료를 받았다. 담당 의사는 여러 검사를 거친 후 약만 처방했다. 6개월간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았고 병세는 점점 악화돼 갔다. 그래서 이 환자는 가족의 권유로 서울의 다른 대학병원으로 옮겼다. 담당 의사가 “6개월 동안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라며 곧바로 수술을 권했고, 한 달 만에 꽤 호전됐다.
이 환자가 자신이 겪은 사연을 아파트 경로당에서 꺼내자, 한 노인이 “아직도 그걸 몰랐어요? 삼성(서울)병원은 노인들을 홀대해요. 그래서 그 병원 안 가요.” 그 자리에 있던 다른 노인들 역시 “그렇다”라며 공감했다.
이 정도면 삼성서울병원의 ‘함께하는 진료, 함께하는 행복’이라는 슬로건은 그냥 슬로건일 뿐인 게 아닌가.
몇 해 전, 삼성서울병원이 고령 환자를 홀대했다고 언론에 보도되며 논란이 일었던 적이 있다. 당시 일부 의료진의 고령 환자에 대한 태도와 발언이 문제로 지적됐지만, 병원 측이 이후 어떤 변화를 만들었는지 알 수는 없다.
그런데 TK지역 사람들만 이렇게 생각할까, 이번 기회에 전국적인 여론조사라도 해봐야 하는 것 아닌가.
병원 관계자들이 이같은 TK지역의 삼성서울병원 기피 여론을 모른다면 그것 자체가 문제다. 알고도 개선하지 않는다면 더 큰 문제다. 신뢰는 오래 걸려 쌓이지만 무너지는 건 한순간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