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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성제의 무속 이야기 ⑳ 무교(巫敎)에서 꽃의 의미
  • 이창준 기자
  • 등록 2025-07-18 23:18:09
  • 수정 2025-07-18 23:2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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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은 신(神)의 창조물 가운데 최고의 걸작품이라고 한다. 인간 사회에선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아름다움의 대명사가 꽃이다. 


꽃은 요람에서 무덤까지 사람들의 통과의례에 빠져서는 안 될 상징물이다. 

꽃이 나타내는 가장 보편적인 상징은 아름다움이다. 아름다움에는 번영과 풍요 그리고 존경과 기원의 매개물 · 사랑 · 재생 · 영생불멸 등 많은 의미를 담고 있다. 


무교(巫敎)는 그 어떤 종교보다도 꽃과 특별한 관계가 있다. 신을 모시는 제단엔 꽃이 장식돼 있다.

신의 강림 통로가 되는 신장대는 꽃을 이용하거나 대나무 가지 등을 사용한다. 황해도 굿을 할 때 무녀들은 꽃으로 장식된 모자를 쓰며, 동해안 굿에서는 머리에 꽃을 꽂은 머리띠를 두르고 굿을 한다. 머리도 맑아지고 신이 잘 강림한다고 한다. 

 

무교에 사용되는 꽃은 실제로 존재하는 꽃뿐만 아니라 존재하지 않는 꽃, 즉 상상화도 많이 있다. 

무교에 사용되는 꽃의 의미는 여러 가지다. 신당에 바치는 꽃은 신을 즐겁게 하기 위해서다. 또한 신에 대한 존경심과 정성의 표시인 동시에 신이 강림하는 장소다. 어떤 신당에서는 신에게 바친 꽃들이 무당의 질문에 흔들리면서 화답하기도 한다. 

 

굿을 할 때 큰 서리화를 높이 세워두는 것은 신이 강림하는 통로로 이용하라는 뜻이다. 즉 신당이나 굿에 사용하는 꽃은 신이 하강하는 통로 즉 신대(神竿)인 것이다. 

 

솟대 · 서낭대 · 수릿대 · 신장대 · 혼대 등으로 불리는 이것들은 한웅천왕의 웅상이 변한 것으로 추측이 된다. 굿상에 차려지는 지화(紙花)는 신대의 변형으로 신이 하강하는 장소를 나타내는 것이다. 

 

지노귀굿이나 동해안 오구굿에 사용되는 꽃은 죽은 이의 혼을 불러들이는 매개체로 사용되기도 한다. 그러나 무교에 꽃이 많이 사용되는 본질은 꽃은 천지신명의 정기를 뜻하는 자연의 정기인 것이다. 꽃은 아무것도 없는 무(無)에서 태어나기 때문에 생명의 창조를 의미하는 생동이며, 열매를 맺으므로 생성이라고 볼 수 있다. 열매는 다시 씨앗으로 변하여 다시 꽃을 피우니 영생불멸 영원함을 상징하는 신과 동일체가 되는 것이다. 

 

꽃은 삼한시대를 거쳐 삼국시대, 고려시대, 조선시대까지 궁중에서 많이 사용하였다. 

선화주사(왕이 하사하시는 꽃을 전달하는 역할), 권화사(선화주사로부터 꽃을 받아서 꽃을 꽂을 대상자에게 꽂아주는 사람), 압화주사(꽃의 운반을 감독하는 사람), 인화담원(꽃을 가진 사람을 영솔하는 사람, 꽃을 거두는 사람) 등, 꽃을 관리하는 관직까지 있었다.

 

옛날부터 우리들의 경조사에는 반드시 꽃이 사용되었다. 그런데 일부에선 무당들이 신당에 꽂는 꽃은 사랑의 결핍이니, 남자를 그리워하는 상징물이라고 한다. 이는 무교를 폄하하고 무당을 업신여기는 무교관(巫敎觀)을 드러낸 것이라 할 수 있다. 


조성제(동방문화대학원대학교 교수.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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