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재우 민족종교협의회 사무총장.
20세기 초 제국주의 침략과 외래문화의 습격으로 한반도는 그야말로 바람 앞에 등불이었다. 이런 가운데 한민족의 정체성을 지키기 위해 탄생한 종교가 민족종교다.
40년 전 30여개 종단이 민족문화 창달, 세계평화 공헌, 참다운 종교 활동을 전개하기 위해 한뜻으로 뭉쳐 한국민족종교협의회(현 회장 김령하· 이하 협의회)를 창립하여 오늘에 이르렀다.
이에 반창꼬뉴스는 우리 문화 지킴이자 우리 종교 지킴이 한재우 사무총장을 만나 협의회 설립 배경과 현재 활동 상황 등을 들어봤다.
▲ 40년 전 민족종교협의회를 만든 배경에 대한 설명을 부탁드립니다.
“저희 어른(한양원 전 회장·한 사무총장은 한 전 회장의 아들이다)께서 돌아가시기 전에 말씀하시길,
어느 나라, 어느 시대든 그 시대를 관통하는 종교와 철학이 있는데 기성 종교가 하지 못하는 역할들을 민족 종교가 담당해야 할 부분이라고 하셨다.
그런데 민족 종교의 위상이 일제 강점기와 근대화 과정을 거치면서 제대로 된 평가나 제대로 된 연구가 이루어지지 못한 상태에서 사이비 종교로 인식됐다. 일제 강점기 때 공인한 종교는 불교, 기독교, 신도 3개였다.
당시 총독부 내에서도 3개 종교는 문교국에서 관리를 했지만 대종교, 보천교, 천도교 등 민족 종교들은 경무국에서 관리를 했다. 그러니까 민족 종단는 종교 단체가 아니고 통제, 관리대상으로 여겼다.
36년 만에 광복이 되자 불교, 기독교는 사찰도 짓고 교회도 새로 올리고 했지만, 민족 종교는 일제와 싸우다가 더 힘들어졌고 교세도 점점 위축됐다.
특히 대종교는 아예 교단 자체를 중국 상해로 옮겨서 독립운동 하시다가가 훌륭한 양반들 많이 순국하셨다. 목숨을 부지한 분들이 광복이 돼서 귀국했으나 고전하시다가 돌아 가셨고 대종교는 교세확장에 실패해 안타깝다.
그러던 중, 이 땅의 민족 종교가 재평가 받기 위해선 민족 종단들을 규합해야겠다는 의견들이 분출됐다. 그 계기는 88올림픽을 몇 년 앞둔 1985년, 염보현 서울시장이 30억을 내놓고 올림픽 때 한민족의 뿌리와 역사를 세계에 알리기 위해 단군 성전을 건립하자고 했으나 여의치가 않았다. 기독교가 극렬히 반대했기 때문이다.
이에 민족 종단이 결속된 힘으로 대항하기 위해 1985년 11월 16일 민족종교협의회가 창립됐다. 올 11월 16일이 창립 40년이다."
▲민족종교협의회 창립 40년 성과라면?
“협의회 창립 당시 민족 종단이 33개였다. 원불교, 천도교, 대순진리회 등은 독자적인 세력을 갖고 있어 종교단체로 법인 설립 허가를 받았다.
그러나 나머지 종단들의 경우 재단 법인이든 사단 법인이든 등록이 안 된 임의단체였다.
협의회가 출범하면서 한양원 전 회장님이 앞장서 나머지 종단들 법인화 작업을 마무리했다.
그간 협의회의 주요 연혁을 보면 ∆1985년 한국민족종교협의회 창립, ∆1987년 단군성전건립촉진범국민궐기대회 개최, ∆1991년 한국민족종교협의회 사단법인체 등록, ∆1992년 한국민족종교총람 발간, ∆1997년 한국종교지도자협의회 창립교단, ∆1997년 일제의 한국민족종교 말살책 발간, ∆2000년 한양원회장 UN 밀레니엄 종교지도자 세계평화회의 참가, ∆2001년 한국종교인평화회의 가입, ∆2001년 민족종교지도자 평양 단군릉 참배, ∆2001년 분단 57년만(사상최초) 개천절 남북공동행사 진행, ∆2006년 6.15 공동선언실천 우리 겨레 단합대회 개최(금강산), ∆2018년 일제 강제징용 희생자 유해봉환, ∆2020년 한국민족종교 대사전 발간 등의 사업을 완수했다."
▲회원 교단 수가 12개로 줄었다. 줄어든 이유는?
“종단이 존립하기 위해서는 교리, 교조 그리고 교인들이 있어야 하는데 교인이 점점 줄어 종단이 소멸해 가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협의회 소속 12개 교단은 갱정유도, 경천신명회, 대순진리회, 선교, 수운교, 순천도, 원불교, 증산도, 증산법종교, 천도교, 청우일신회, 태극도다."
▲민족종교의 활성화를 위해 협의회는 어떤 노력들을 하고 있나?
“지난주 토요일에도 우리 회원 교단 청장년회, 여성회 임원들 130명이 2박 3일 동안 민족종교 성지를 순례하면서 서로 연대하고 협력할 것을 다짐했다.
한양원 회장님 생전에 늘 하셨던 말씀이 불교, 기독교, 천주교는 ‘이웃 종단’이고 민족 종교는 ‘형제 종단’이라고 했다.
‘형제 종단’이라고 하는 것은 교조가 한국 사람이고, 100년~150년 전에 이 땅에서 시작을 했던 종단들이기 때문이다.
또 일원 세계를 건설 하자는 소태산의 말씀이나, 해원상생 성경세계 건설하자는 강증산의 말씀이나, 포덕천하 광제창생하자는 최제우의 말씀이나 언어가 다를 뿐이지 목표는 다 똑같다는 것이다.
그래서 한 회장님은 민족 종교 지도자들을 뵈면 ‘항시 우리의 목표는 같소, 우리의 목표는 같소, 이제는 종교도 너다 나다 이렇게 구분하지 말고 하나의 목표를 향해서 우리가 각자 노력해 갑시다’라고 말씀하셨다.
그런데 현재 종교학자들의 말처럼 ‘탈종교 시대’를 사는 게 맞는 것 같다.
옛날처럼 사람들이 종교에 몰입하는 그런 시대는 아닌 것 같다."
▲민족종교협의회 40년 창립 행사 계획은?
“9월 말쯤 서울시청 광장에서 1만 여 명이 참가하는 ‘국운 융창, 통합 기원 대회’를 준비하고 있다.
분열과 갈등이 심화되고 있는 한국 사회가 이대로 가서는 안 된다.
우리는 좌익이든 우익이든, 진보든 보수든 간에 함께 공존하면서 가야 하는데 분열하고 갈등을 계속 조장하는 쪽으로 가서는 절대 안 된다."
▲겨레얼살리기국민운동본부 사무총장직도 맡고 계신데 어떤 운동을 하시는지?
“겨레얼살리기국민운동본부는 저희 어른(한양원 전 회장)께서 만드신 단체다. 늘 하셨던 말씀이 사람마다 ‘얼’이라는 게 있다. ‘얼’이 없으면 우리가 ‘얼빠진 놈’이라고 얘기를 하듯이 국가와 민족도 지켜야 할 본연의 얼이 있는데 그것이 없으면 ‘얼빠진 민족’이 된다고 하셨다.
특히 오늘날 세계화 돼 가는 과정에서 자칫 잘못하면 국가와 민족이 사라져 버리는 상황이 올 수 있다고 걱정하셨다.
겨레의 얼을 찾기 위해서 저희들이 부단히 노력 하고 있다.
최근 해외 지부가 32개로 늘어났다. 미국, 중국, 일본, 베트남, 프랑스, 독일, 영국, 네덜란드, 스위스, 스웨덴, 키르기스스탄,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남아프리카 공화국 등에도 지부를 설립했다.
해외에 나갈 경우, 왜 한국 사람이 부르는 노래는 더 신이 나고, 한국 사람들이 추는 춤은 더 흥이 나고, 한국 사람들이 만드는 음식이 더 맛이 나는 이유는 뭔가, 옛날부터 ‘집안이 잘 되려면 장맛이 좋아진다’는데 한국이 바로 그러한 시운을 타고 한류의 바람이 일어난 것이라고 교민들에게 말씀 드린다.
거기에는 본연의 정신 철학이라 게 있는데 그게 ‘겨레의 얼’이고, 얼의 근간에는 홍익인간 정신이 있는 것이라고...
이런 얘기들을 하면서 우리의 전통과 역사, 문화를 알려드리고 강조하여 교민들의 용기를 북돋우고 있다."
▲서울 동대문구 사단법인 민족종교협의회 사무실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