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부러진 산모퉁이 네댓 번 돌고 돌아
길섶에 초록 이파리 물들고 층층 계단 내려보며
골짜기 호수 위에 은빛 물결 나풀거림에 여백을 띄웁니다
별도 달도 초저녁 깊은 잠에 빠져들고
무참히 덮어놓은 칠흑의 어둠이 잿빛 구름과 맞닿아
갈 곳 없는 지평선은 공간의 시간을 동여맵니다
기다림의 지킴이 된 물 건너 초연한 외등은
세상 번뇌 따돌리고픈 이내 맘 알아차린 듯
물 위의 반짝거린 시선 오가다 마음 길 열어봅니다
풀벌레 울음소리는 애잔한 마음길 열어주고
바람도 막다른 아늑함의 서막이 펼쳐진 호수 위의
물결 파장 여염 없는 미소에 결이 있는 느낌을 감지해봅니다
서산시 지곡에서
김 제 권(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