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게 부서지는 몇 가닥 빗방울이 토닥여
산골의 여명을 살금살금 찝적입니다
어둠 드러누운 계곡에
졸졸 더듬는 소리 귀 기울여
새벽의 전율이 청아하게 흐릅니다
산허리 기어오르는 엷은 구름의 펼침도
흐드러진 봄 색감을 감당치 못해
꼬리만 나풀거립니다
꽃들의 유희에 유혹당하는 기분 쏠쏠하고
향기에 취한 갈 짖자 걸음도
멋들어집니다
연둣빛 이파리 살랑임과
불붙어 타오른 봄의 향연에
주적 이는 빗방울의 애먼 짓도
멋쩍어 멈칫합니다
김 제 권(시인)
이창준 기자 다른 기사 보기